Cristian Albu with Adrian Ghenies (b. 1977) The Collector 4, 2009, offered in Post-War and Contemporary Art Evening Auction on 6 March 2019 at Christie’s in London

아드리안 게니의
The Collector 4와 함께하는 5분

크리스티의 전후 현대 및 동시대 미술의 공동대표인 크리스티안 알부가 루마니아 화가 게니가 헤르만 괴링의 임종을 어둡고 파괴적이게 묘사한 연작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드리안 게니(b. 1977)는 – 좋든 나쁘든 - 역사 속 큰 인물들과 마주하는 것을 결코 피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 주제는 조세프 스탈린, 빈센트 반 고흐,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챠우셰스쿠, 나치 내과의사 요제프 멩겔레 등이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그는 부스 전체를 찰스 다윈을 주제로 휘감기도 했다.

‘게니는 위대한 인물들로부터 영감을 받습니다. 인간 문명의 판로를 뒤바꿨다고 평가받는 그런 인물들 말이죠.’ 크리스티 런던의 전후 현대 미술 및 동시대 미술 공동대표인 크리스티안 알부(Cristian Albu)가 이야기했다. ‘그의 작업은 항상 사연이 있으며, 역사적 인물은 관객들이 그 사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입구 같은 셈입니다.’

지난 3월 6일 Post-War and Contemporary Art 이브닝 경매에 출품되었던 작품 The Collector 4는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을 주제로 한다. 이 대형 유화 작품 속 묘사된 제국원수Reichsmarschall 는 1946년 괴링이 자살한 직후 찍힌 사진 한 장을 바탕으로 한다. 괴링은 어두운 방 속에서 그가 임종을 맞은 침대 위에 누워있다.

Adrian Ghenie (b. 1977), The Collector 4, 2009. Oil on canvas. 78⅞ x 94½ in (200.3 x 240 cm). Estimate £2,200,000-2,800,000. Offered in Post-War and Contemporary Art Evening Auction on 6 March 2019 at Christie’s in London

Adrian Ghenie (b. 1977), The Collector 4, 2009. Oil on canvas. 78⅞ x 94½ in (200.3 x 240 cm). Estimate: £2,200,000-2,800,000. Offered in Post-War and Contemporary Art Evening Auction on 6 March 2019 at Christie’s in London

제목이 가리키듯, 정치를 떠나서 괴링은 열렬한 미술품 수집가였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그는 – 상당수는 약탈품이긴 했으나 - 4,000여 점이 넘는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었다. 작품 The Collector 4를 살펴보자면, 피카소 작품처럼 보이는 커다란 회화 작품(황소가 그려져 있는)이 괴링의 머리맡에 놓여 있다. 이 작품은 ‘The Collector’ 연작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나머지 셋은 모두 괴링의 예술을 애호하는 생전 모습을 보여준다.

‘어둡고 파괴적인 이미지이죠.’ 알부가 말한다. ‘어둡고 파괴적인 시리즈의 절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괴링이 다른 사람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처형시키면서 어떠한 공감이나 동정심도 느끼지 못했을 때, 우리는 과연 괴링의 예술에 대한 애호나 감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떻게 그렇게 사악한 영혼이 예술에 감동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에게 이와 같은 난제를 제시하는 것 또한 게니의 천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난해한 수수께끼 같은 느낌은 화가가 물감을 사용하는 방식에도 반영된다. 회화 속 몇몇 부분은 꽤 추상적인데, 특히 왼쪽의 벽은 안료가 마치 용암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게니는 ‘스퀴지’라고 불리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스퀴지는 네모난 아크릴 판으로 바른 물감이 아직 마르지 않았을 때 표면을 가로질러 긁어내는 도구이다. 주요 효과는 흐릿하게 만드는 것으로, 종종 회화 속 장면이나 요소를 유령같이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림 속 괴링의 얼굴도 이 기법으로 표현되었다.

아드리안 게니가 21세기 회화의 등불 같은 존재라고 하는 평이 있습니다.
– 크리스티안 알부

‘이 작품이 분명하고 직설적인 그림은 아닙니다.’ 알부가 말한다.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전환은 보는 이에게 우리가 지금 실제로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깁니다. 어떻게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처리하고 있는지 말이죠.’

동시대 미술에서 스퀴지 기법으로 유명한 화가는 바로 게르하르트 리히터임에도, 게니의 이미지에서 가장 빠르게 연상되는 것은 바로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아일랜드 출생의 영국 화가인 베이컨은 고립되고 폭력 속에서 왜곡된 인간 형상, 녹아내리는 것 같은 살점을 주력으로 그린다. The Collector 4에 등장하는 괴링의 이미지처럼 말이다.

‘게니는 [24년] 동안 군림했던 챠우셰스쿠 정권 시절의 루마니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알부가 설명한다. “그는 전체주의 통치의 단점을 목격한 사람이고, 베이컨에게서 그는 악마화된 인간성을 발견했습니다. 그 점이 게니에게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죠.

게니는 1989년 챠우셰스쿠 정권의 몰락과 연이은 루마니아 정권의 실패 후 등장한 여러 루마니아 예술가 중 하나다. 알부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정치적 격변은 ‘젊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이들의 슬픔과 좌절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 화가들의 대다수는 루마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클루지(Cluj)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페인트 붓 공장이었다가 2009년 현대미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파브리카 드 펜슐(Fabrica de Pensule)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클루지 파’로 알려지게 되었고 게니는 그중에서도 단연 스타 화가로 떠올랐다. 2016년 게니의 작품 Nickelodeon은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서 710만 파운드에 판매되며 당시 작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Nickelodeon 경매는 미술시장에서 게니의 입지를 확실히 뒤바꿔 놓는 사건이었습니다.’ 알부가 회고한다. ‘그때부터 상황이 완전히 어마어마하게 굴러갔죠. 매 시즌 경매에서 게니의 낙찰가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아드리안 게니가 21세기 회화의 등불 같은 존재라고 하는 평이 있습니다.’

미술시장에서만 그에게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 또한 이 길을 밟고 있다. 조만간 런던의 대형 기관에서도 그의 개인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The Collector 4 속에서 놓칠 수 없는 마지막 디테일이 있다. 작품의 상단에 게니는 다다이즘의 대표적인 표상을 그려두었다. 존 하트필드와 루돌프 슐리히터의 1920년 조각품인 Prussian Archangel으로, 돼지머리를 한 독일 군인의 더미가 천정에 매달린 것이다. 다다이즘은 나치에 의해 ‘퇴폐 예술’이라고 낙인찍혀 탄압받았다. 그러나 작품 속 프러시안 대천사는 괴링의 신체 위에 매달려 승리자처럼 보이는데, 마치 예술은 항상 검열에 굴하지 않고 승리한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게니는 작품 한 점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의 대가입니다.’ 알부가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대체로 사람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