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sh and Soul: Bacon/Ghenie

한국 최초,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2인전
9월 서울 상륙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는 25년 동안 미술평론가 데이비드 실베스터(David Sylvester)와 함께했던 일련의 유명한 인터뷰들에서 인상적인 발언을 여럿 남겼다. 그중에는 위대한 작품은 관객의 ‘신경계에 바로’ 충격을 주어야지 ‘뇌를 통해서 길게 불평을 하면서 이야기를 전해서는’ 안된다고 한 말이 유명하다.

베이컨에게 예술을 바라본다는 것은 두뇌의 경험이기보다는 본능적인 경험이어야 했다. 그가 괜히 소의 사체, 비명을 지르는 교황과 울부짖는 원숭이 등의 모티프를 가진 레퍼토리를 그린 것이 아니다.

Francis Bacon (1909-1992), Seated Figure, painted in 1960. Oil on canvas. 152.8 x 119.5 cm (60 18 x 47 in)
Francis Bacon (1909-1992), Seated Figure, painted in 1960. Oil on canvas. 152.8 x 119.5 cm (60 1/8 x 47 in)

베이컨과 유사한 대표적인 동시대 미술가는 아드리안 게니(b. 1977)다. 2019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작업이 이끌어내기를 바라는 어떠한 ‘본능적인 거부감’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작업 주제는 러시아의 스탈린, 나치 내과의사 요제프 멩겔레, 그리고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챠우셰스쿠 등 역사 속의 악명 높은 인물들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것은, 베이컨과 게니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이 관객의 시선을 꽤 어두운 구석으로 이끌고 가면서도 동시에 어떠한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Francis Bacon (1909-1992), Two Studies for a Self-Portrait, 1970. Oil on canvas, in two parts. Each 35.5 x 30.5 cm (14 x 12 in)
Francis Bacon (1909-1992), Two Studies for a Self-Portrait, 1970. Oil on canvas, in two parts. Each: 35.5 x 30.5 cm (14 x 12 in)

5월 21일부터 29일까지 크리스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선보이는 Flesh and Soul: Bacon/Ghenie 전시는 두 작가의 작품을 나란히 선보인다. 베이컨의 작품 일곱 점과 게니의 작품 아홉 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베이컨의 첫 홍콩 전시이자, 게니의 첫 아시아 전시다.

70여 년의 나이 차이를 두었지만, 두 작가는 상당히 많이 닮아 있다. 먼저, 이들은 사진(가끔은 영화 스틸 사진)을 원재료로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술을 많은 부분 독학한 베이컨은 미술수업에서 해부학을 배운 적이 없었고, 살아있는 모델과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친구들의 초상을 그릴 때마저 그는 사진을 놓고 그리는 것을 선택했지 앉혀 놓고 그리지 않았다.

Francis Bacon (1909-1992), Portrait of Henrietta Moraes, painted in 1963. Oil on canvas. 165.1 x 142.2 cm (65 x 56 in)
Francis Bacon (1909-1992), Portrait of Henrietta Moraes, painted in 1963. Oil on canvas. 165.1 x 142.2 cm (65 x 56 in)

초상화를 넘어서, 그가 새로운 작업에 들어갈 때면 주로 책이나 잡지에서 찾은 사진에서 시작했다. 베이컨의 가장 유명한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 그를 20여 년간 사로잡았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650)에 대한 변주작들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이 작품을 로마 여행에서 실제로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예술 서적들에 나온 인쇄본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베이컨이 실베스터에게 말하길, 이것은 ‘지금껏 그려진 가장 위대한 초상화 중 하나’라고 했다고 한다.)

게니로 말하자면 그는 처음 작품의 구도를 구성할 때 중요한 역사적 인물의 사진을 가장 중앙에 놓고 다양한 사진 콜라주를 만들어보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그의 ‘The Collector’ 연작인데, 나치의 제국원수 헤르만 괴링의 사진을 중앙에 두고 그가 열심히 구성한 다른 미술이 이를 둘러싸고 있다.

Adrian Ghenie (b. 1977), The Collector 3, 2008. Oil on canvas. 219.7 x 189.9 cm (86½ x 74¾ in)
Adrian Ghenie (b. 1977), The Collector 3, 2008. Oil on canvas. 219.7 x 189.9 cm (86½ x 74¾ in)

베이컨과 게니는 사진술이 지배적인 시대에서 작업을 – 그리고 반응하기도 – 했다. 20세기와 21세기에 회화는 더 이상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19세기 사진술의 발명 이후, 사진이라는 매체가 그것을 더 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컨과 게니가 모두 훌륭하게 증명해낸 것은 바로 회화는 중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들의 작품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카메라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해버린다.

Adrian Ghenie (b. 1977), The Sunflowers in 1937, painted in 2014. Oil on canvas. 280 x 280 cm (110.2 x 110.2 in)
Adrian Ghenie (b. 1977), The Sunflowers in 1937, painted in 2014. Oil on canvas. 280 x 280 cm (110.2 x 110.2 in)

예를 들어, 이들 둘은 구상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추상화의 매력적인 요소를 인정한다. 힘 있는 붓놀림을 통해 베이컨의 형상은 종종 우리 눈앞에서 분해되는 것처럼 보이며, 게니의 작품 속 인물의 얼굴은 마치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젊은 예술가는 이 점에서 그의 선배에 대한 존경을 언급한다. ‘나는 초상화의 해체를 추구한다.’ 게니의 말이다. ‘그리고 20세기에 이를 정말로 급진적으로 해낸 사람은 피카소와 베이컨이다.’

내 작품은 폭력적이지 않다. 폭력적인 것은 삶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이러한 해체에는 비인간적인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베이컨과 게니가 살아온 시대에 기인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베이컨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수천만 명의 죽음, 핵폭탄 투하, 홀로코스트 등으로 세계가 뿌리째 흔들리는 가운데 그의 예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런가 하면 게니는 루마니아 챠우셰스쿠의 억압적인 공산주의 정권에서 자라났다. 다시 말해, 어려운 시간이 어려운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다. 베이컨 또한 직접 말했다. “내 작품은 폭력적이지 않다. 폭력적인 것은 삶이다.”

이 두 작가의 연결고리가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다. ‘이들은 모두 고전 거장의 예술을 사랑했습니다.’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의 인터내셔널 디렉터인 일레인 홀트(Elaine Holt)의 지적이다. ‘이것이 아마도 이들을 묶는 가장 큰 연결고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리고 이는 렘브란트부터 벨라스케스, 빈센트 반 고흐 등 선배 예술가까지 이어지죠. 불안정한 존재적 형상이 이들의 작업 속에서 질감과 정신으로 나타납니다.’

베이컨은 실제로 침대 맡에 반 고흐에 대한 글을 담은 책을 한 권 두고 자곤 했으며, 그를 더러 ‘영웅’이라고 일컫고 ‘사물의 현실에 대한 엄청난 통찰력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평했다.

Adrian Ghenie (b. 1977), Lidless Eye, painted in 2015. Oil on canvas. 50.2 x 40 cm (19¾ x 15¾ in)
Adrian Ghenie (b. 1977), Lidless Eye, painted in 2015. Oil on canvas. 50.2 x 40 cm (19¾ x 15¾ in)

게니는 오마쥬의 정신으로 반 고흐를 이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하나의 주제로 삼았다. 바로 Lidless Eyes(2015)이다. 작품 아랫부분에 고흐의 얼굴이 녹아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는 어쩌면, 반 고흐의 유명한 턱수염을 나타내는 주황빛 물감의 두꺼운 소용돌이 속에 잠긴 것일 수도 있다.

연극적인 느낌은 베이컨과 게니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이들은 어떻게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지를 정말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